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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생활

유치원 여섯 달, 처음으로 크게 혼낸 날

글 우리아들 사랑해 · 업데이트

이 글에는 표도 숫자도 없습니다. 이 사이트의 다른 글은 공시 자료와 법령을 근거로 쓰지만, 이 글의 근거는 어느 하루뿐입니다. 답을 드리려는 글이 아니라, 같은 하루를 보낸 분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해서 남깁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 여섯 달쯤 됐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처음으로 평소보다 강하게 훈육을 했습니다.

여섯 달이 지나자 아이가 달라졌습니다

처음 몇 달은 적응이 전부였습니다. 아침마다 울지 않고 들어가는 것, 점심을 먹고 오는 것, 선생님 이름을 부르는 것. 그 고비를 넘기고 나니 아이가 눈에 띄게 컸습니다. 제법 생각을 하고, 자기 의견이 생기고, 그 의견을 굽히지 않습니다.

크는 만큼 고집도 셌습니다. 하지 말라는 것을 굳이 하고, 왜 안 되냐고 따지고, 안 된다고 하면 소리를 지릅니다. 요즘은 부정적인 말이 부쩍 늘었습니다. 싫어, 안 해, 미워, 아빠 나빠. 유치원에서 배워 오는 말도 있고, 어디서 들었는지 모를 말도 있습니다.

머리로는 압니다. 자기 생각이 생겼으니 부딪히는 것이고, 말이 늘었으니 싫은 것도 말로 나오는 것이라는 걸요. 그런데 그 말을 하루에 수십 번 듣는 사람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지칩니다.

그날

특별한 일이 있었던 날은 아닙니다. 며칠째 쌓이던 것이 그날 넘쳤을 뿐입니다. 몇 번을 말해도 듣지 않고, 말끝마다 싫다는 말이 돌아오고, 결국 제 목소리가 커졌고, 평소와 다르게 강하게 훈육을 했습니다.

아이는 많이 울었습니다. 잘못했다고, 반성한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데 이긴 기분이 아니라 진 기분이었습니다. 아이가 우는 소리보다 그때 제 목소리가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렇습니다.

아이가 진정된 뒤에 한 말

아이가 울음을 그치고 숨이 고르게 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앉아서 이야기했습니다. 오늘 아빠가 왜 화가 났는지, 네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그 행동이 왜 안 되는 것인지를 순서대로 설명했습니다. 아이 눈높이에서 되도록 짧게요.

그다음에 이 말을 했습니다. 아빠는 너를 너무 사랑한다고. 그리고 화내서 미안하다고. 아이는 자기도 잘못했다고, 반성한다고 다시 말했습니다. 둘이 한참 안고 있었습니다.

그 대화가 잘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화를 낸 채로 하루를 끝내고 싶지 않았고, 아이가 잠들기 전에 사랑한다는 말은 꼭 듣고 자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것만은 지켰습니다.

그런데 저는 알고 있습니다

아이는 같은 잘못을 또 할 것입니다. 반성한다는 말은 진심이지만, 여섯 살의 진심은 내일 아침까지 가지 않습니다. 저도 그 나이에 그랬을 테니 원망할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질문이 남습니다. 잘못할 때마다 혼을 내는 것이 맞는 걸까요. 혼내서 고쳐지는 것이라면 벌써 고쳐졌을 텐데, 매번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그렇다고 넘어가자니 그것도 아닌 것 같고요.

솔직히 말하면 제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훈육에 대한 글을 여러 편 읽었지만, 읽을 때는 다 맞는 말이고 아이 앞에 서면 하나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이 글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글일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그날 혼낸 강도가 아이가 잘못한 만큼이었는지, 제가 지친 만큼이었는지 모르겠다는 것. 아마 뒤쪽이 더 컸을 겁니다. 그것이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의 절반쯤 됩니다.

우리 부모님도 그랬을 텐데

그날 밤에 문득 부모님 생각이 났습니다. 저를 키울 때도 비슷했을 겁니다. 말 안 듣는 여섯 살, 싫다는 말만 하는 아들, 지친 저녁. 그때는 지금보다 훈육이 엄했으니 더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저는 혼난 기억보다 그 뒤에 안아 주던 기억이 더 남아 있습니다. 부모님도 그날 밤 저처럼 마음이 편치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아이를 키우고 나서야 처음 했습니다. 물어볼 수 있을 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쩍 속상하고 힘든 날입니다. 이런 날이 앞으로도 있을 것을 압니다. 다음에는 화보다 말이 먼저 나가기를 바라면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적어 둡니다.

자주 묻는 질문

아이를 혼낸 뒤에는 어떻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까요?

정답이 있다고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아이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린 뒤 왜 화가 났는지, 무엇이 잘못이었는지를 짧게 설명하고, 사랑한다는 말과 화내서 미안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아이가 잠들기 전에 그 말을 듣게 하는 것만은 지키려고 합니다.

유치원에 다닌 뒤 고집과 부정적인 말이 늘었는데 괜찮은 건가요?

자기 생각이 생기고 말이 늘면 싫다는 표현도 같이 느는 것이 보통이고, 유치원에서 또래의 말을 배워 오는 것도 흔한 일입니다. 다만 갑자기 심해진 변화가 오래가거나 등원 자체를 거부한다면 담임 선생님과 먼저 상의해 보세요.

같은 잘못을 계속 반복하는데 매번 혼내는 것이 맞나요?

이 글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합니다. 저도 모르겠어서 쓴 글입니다. 다만 여섯 살 아이의 반성은 내일까지 가지 않는 것이 보통이고, 그것이 아이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라는 것만은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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